스스로를 다그칠수록 마음이 멀어지는 과정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클수록 자신을 더 엄격하게 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느려져도 채찍질을 하고, 실수가 생기면 곧바로 자책이 따라온다. 이런 태도는 처음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지기 위해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예전처럼 의욕이 생기지 않는 상태에 이른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방식은 대개 익숙함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을 관리해왔던 시간이 길수록 이 태도는 자연스럽게 굳어진다. 문제는 이 방식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긴장 상태가 길어질수록 마음은 휴식할 공간을 잃는다.

이 과정의 첫 단계는 감정의 무시다. 피곤함이나 부담을 느껴도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넘긴다. 감정은 일시적인 방해 요소로 취급되고, 해야 할 일만 남는다. 하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뒤로 밀릴 뿐이다. 이 밀려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며 다른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변화는 의욕의 감소다. 예전에는 목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즐거움을 밀어내고, 해야만 하는 일로 바뀐다. 이 시점에서 마음은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다그칠수록 마음이 멀어지는 이유는, 마음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평가받고, 부족함이 지적되는 공간에서는 누구나 오래 머물기 어렵다.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쉼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태도는 마음에게 “여기는 쉬어도 되는 곳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자기 신뢰도 함께 흔들린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에게서 만족을 얻지 못하면, 자신에 대한 믿음은 점점 약해진다. 잘해도 당연한 일이 되고, 못 하면 용납되지 않는 기준 속에서 마음은 점점 침묵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기에 외부의 인정조차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아도 잠시뿐이고, 곧 다음 부족함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이 이미 멀어진 상태에서는 어떤 성과도 충분히 다가오지 않는다. 이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허용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다짐이나 계획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신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부터 스스로에게 이렇게 엄격해졌는지, 그 태도가 정말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 질문해보는 것이다.

기록은 이 질문을 안전하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오늘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그때 어떤 말로 자신을 다그쳤는지를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인식은 달라진다. 말로 꺼내놓지 않으면 당연하게 여겼던 태도가, 글로 옮겨지는 순간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여지를 주는 연습은 느슨해지는 것과 다르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건에 가깝다.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다시 움직일 힘도 생긴다. 다그침이 아니라 이해가 쌓일 때, 마음은 다시 가까워진다.

스스로를 다그칠수록 마음이 멀어진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선택지는 하나 늘어난다. 예전 방식 그대로 갈 수도 있고, 지금의 나에게 맞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그 선택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오늘 하루 자신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를 조금만 바꿔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

마음은 억지로 끌고 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함께 가야 하는 존재에 가깝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잠시 속도를 맞춰보는 것. 그 작은 변화가 멀어졌던 마음을 다시 불러오는 첫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서서히 알게 된다. 자신을 몰아붙일 때 잠깐의 속도는 낼 수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반대로 자신에게 여지를 주었을 때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보여도 흐름은 유지되었다. 마음은 압박 속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다시 움직인다.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일은 약해지는 선택이 아니라, 더 오래 나아가기 위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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