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일상이 유난히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별히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몸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닌데 하루가 끝나면 지쳐 있다. 이런 피로의 시작에는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교를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누군가의 속도, 결과, 선택을 바라보는 사이에 삶의 기준이 조금씩 흔들린다.
비교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견주지 않아도, 주변의 이야기나 화면 속 장면을 통해 타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보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자신의 상태와 겹쳐진다. 그 순간부터 삶은 조금씩 무거워진다. 지금의 내가 충분한지, 뒤처진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점검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교가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이유는 기준이 외부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자신의 속도와 방향이 중심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타인의 위치가 기준이 된다. 이 기준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비교 대상이 바뀔 때마다 기준도 함께 움직인다. 그 결과 아무리 노력해도 만족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현재에 대한 감각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보다, 그 결과가 다른 사람의 결과와 어떻게 다른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러다 보면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삶의 밀도는 얇아지고, 하루하루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많은 일을 해도 피로는 줄어들지 않는다.
비교가 반복되면 감정의 균형도 흔들린다. 잘된 일이 있어도 기쁨이 오래 가지 않고, 작은 부족함은 크게 느껴진다. 타인의 성과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자신의 성취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 이때 느끼는 피로는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재정의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부담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교가 항상 열등감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나도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동기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비교에서 비롯된 동기는 외부 자극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준이 사라지면 힘도 함께 빠진다. 결국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남는다.
비교를 의식하는 순간 삶이 피곤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의 맥락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각자의 출발점, 환경, 선택의 이유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비교가 시작되면 이 맥락은 중요하지 않게 취급된다. 결과만 놓고 자신을 평가하게 되고, 그 평가는 대부분 가혹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비교를 완전히 없애려는 시도가 아니다. 비교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대신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왜 이 장면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지 한 번쯤 멈춰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 인식만으로도 삶의 피로는 줄어든다.
기준을 다시 내부로 돌리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다른 사람보다 앞서 있는지 뒤처졌는지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 기준은 훨씬 안정적이다. 작은 변화도 의미로 남고, 과정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삶은 평가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의 흐름으로 돌아온다.
기록은 이 전환을 돕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오늘 남들과 비교하게 만든 순간이 있었는지, 그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를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비교의 흔적을 밖으로 꺼내놓는 순간, 그것은 삶 전체를 지배하는 기준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으로 정리된다.
비교를 의식하는 순간부터 삶이 피곤해진다는 사실은, 비교 자체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 비교가 삶의 중심이 되었을 때 문제가 된다. 중심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무거워진다. 반대로 중심이 다시 돌아오면, 같은 환경에서도 피로는 줄어든다.
삶이 유난히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최근 무엇과 자신을 비교하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비교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 기준이었는지, 아니면 습관처럼 받아들인 시선이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비교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리듬을 되찾는 일에 가깝다.